정부는 매년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을 선정해 발표한다. 올해는 337개 대학 중 43곳(대학 23·전문대 20)이 선정됐다.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확정되면 대학은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일부대학은 존폐의 위기에 빠지기도 한다. 정부의 지원을 받느냐 못 받느냐를 결정하는 지표들은 졸업생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교육비환원율 등이다. 이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30%인 충원율이고, 그 다음이 취업률로 20%다. 대학에 대한 국고지원사업 중 가장 큰 규모인 '교육역량강화사업'의 경우에도 지원대학 선정 및 재원배분을 위한 성과 포뮬러 구성 지표 중 취업률이 20%(대학)에서 25%(전문대학)까지 반영된다. 취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보니 교수는 물론 대학의 모든 구성원들이 취업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자칫 대학이 구조조정 대상이 되거나 학생들의 학자금 대출까지 제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취업률 제고를 위해서라면 뭐 든 못 하겠는가”라는 자조적이 말들이 등장한지 오래다. 그러나 목적이 교육적이어야 하고 수단이나 방법 역시 교육적이어야 한다. 단순히 취업률 향상만을 위한 취업지도 활동은 순수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 정부는 지난 해 2월, 전국의 대학 중 전년 대비 취업률이 급격히 올라가거나 유지취업률이 낮은 32개 대학을 대상으로 한 고등교육기관 취업통계실태 감사를 실시하였다. 감사결과 허위취업, 건강보험료 대납 또는 가입요건 부적격자의 건보가입, 과도한 교내 채용, 진학자 과다 계상 등 부적정한 방법으로 취업률을 부풀린 사례가 적발됐다. 당국은 관련 교직원 91명에게 징계를 요구하고, 해당 대학에 대해서도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추가 지정하거나 국고지원금을 회수 또는 감액했다. '십년수목백년수인(十年樹木百年樹人)'이라는 말이 있다. '10년을 내다보며 나무를 심고 100년을 내다보며 사람을 심는다'라는 뜻으로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대학에서 가장 중요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부문은 '잘 가르치는' 것이다. 좋은 교수법을 개발하고 발전시켜 우수하고 역량 있는 인재를 배출해 국가와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우리가 맞이할 미래를 위해서는 예술적 감성과 인문, 사회 및 자연 과학을 융합하여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통섭의 능력을 배양하는데 교육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의 대학은 문사철(文史哲)을 비롯한 인문학 관련학과와 예체능학과는 폐과 대상이 되거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취업률 경쟁으로 국가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취업률 올리기에 급급한 취업지도는 비교육적이 될 수밖에 없다. 대학구조조정의 거센 파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기위한 대학의 노력을 무조건 폄하해서도 곤란하지만 취업률 제고가 대학 본래의 기능인 교육과 연구보다 중요시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취업의 질도 문제다. 정부가 평가에 반영하는 취업실적의 기준일은 매년 6월 1일과 12월 31일이며 활용하는 평가 종류에 따라 두 차례의 실적을 평균해 활용하거나 6월 1일 실적을 70%까지 반영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대학은 6월 1일 기준 취업률을 더 중요시 하게 된다. 2월 졸업 후 불과 3개월의 짧은 기간 동안 최상의 취업률을 올리기 위해 취업의 질과 전공적합도, 졸업생의 희망이나 비전을 고려하기 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1~2%의 실적향상에 주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늦었지만, 교육부가 대학평가체제 개선과 재정지원사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간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대학평가에서 취업률, 충원율, 교육비 환원율, 교원 확보율, 장학금 지급율 등 여러 지표를 활용하고 있지만, 취업률만큼 예민하고 문제점이 많은 지표는 없다. 취업률에 따라 평가점수가 달라지는 정량평가보다는 지역별·대학별 여건을 감안하여 대학별 성취기준을 설정하고 달성여부만을 평가하는 체제로 바꿔야 한다. 또한 취업지도 활동기간을 충분히 확보하여 미스매치를 줄이고 취업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매년 12월 31일을 취업실적 조사 기준일로 정하는 등 취업률 반영방법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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